*靑瓦莊 외 1수
靑瓦莊 (청기와집)
청와궁* 뒷산 저쪽 산중턱 * 靑瓦宮
일흔두 계단 위에 또 서른두 계단
이곳에 자리 잡은 청기와집 한 채
청와장 앞정원 아름다워요
찔래꽃 철쭉꽃 활짝 피고
모란꽃 목련화도 피어나요
청와장 정원에 심어 놓은
봉선화 백일홍 코스모스는
삼청각* 뜰에서 씨 받아 심었어요 * 三淸閣
청와장 정원 울타리에는
샛 빨간 넝쿨장미화
장미꽃 한 송이 내 가슴에 꽂아요
옆정원엔 앵두나무 살구나무
앵두 따서 손자 주고
살구 따서 영감 주어요
감나무 대추나무
열매 몇 개 안 열여요
어쩌면 그렇게도 무정하나요
은행나무 열매 털어
조심조심 살 벗기고 껍데기 깎은
그 알 백과*는 심혈관의 양약*이래요 * 白果 良藥
뒷동산엔 아름드리 소나무
그리고 잣나무 측백나무
사시장철 푸르싱싱
알록달록 진달래꽃
조롱조롱 아카시아꽃
향기롭기 그지없어요
뻐꾸기는 뻐꾹뻐꾹
까투리는 구구구
짝을 지어 날아 들어요
크나큰 옆정원 한 쪽에
배추 상추 고추 심고
자경자식 자향자락*해요 * 自耕自食 自享自樂
채소밭 변두리에 심은 들깨
무공해 깻잎 따서
쌈 싸먹고 지져 먹어요
푸른 잔디밭 정원
웬 쑥이 여기서 자라는고
쑥잎 따서 쑥떡 해먹어요
靑瓦莊의 한해
이월은 입춘우수*의 달 * 立春 雨水
뜰에는 새 싹이 하나 둘
이른 봄을 알리누나
삼월은 경칩춘분*의 달 * 警蟄 春分
따스한 봄이 오니
벌레들 겨울잠 깨어나네
사월에는 민들레 돈나물 따서
고추 마늘 양념 버무린
그 맛 향미* 제일이더라 * 香味
오월은 입하*의 달 * 入夏
죽순 잘라 잘 삶아 요리하니
그 맛 아주 좋다네
유월에는 호박잎 따서
잘 쪄서 쌈 싸먹으니
그 맛 역시 별미라오
칠월이라 장마철
이골 물이 졸졸 저골 물이 좔좔
자그만 폭포소리 콸콸
팔월이라 입추*의 달 * 入秋
말복* 찜통더위는 어데 가고 * 末伏
부채 몇 번 못써보누나
구월이라 추분* 초가을 * 秋分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맑아
서울 시가지 훤히 내려다 보이누나
시월은 한로상강* 단풍의 계절 * 寒露 霜降
나무 잎은 노오랗게 빠알갛게
뒷산은 울긋불긋 절경이라오
십일월은 입동*이라 낙엽이 우수수 * 入冬
낙엽을 쓸어 모아 불태운 재
좋은 거름이라네
십이월은 대설* 흰눈이 펑펑 * 大雪
청기와집 은세계로 변하고
흰눈 쓸어 눈사람 만든다오
일월은 대한* 엄동설한 * 大寒
뒷뜰에는 얼음판
우리 손자 팽이치고 썰매 타네
부처님 오신날엔
길상사 정법사*가서 * 吉祥寺 正法寺
관등놀이 하네고
성탄절엔 성탄수 세워두니
깜빡이는 장식등불
우리의 행복을 축원해 주네
설날엔 온 가족 함께 모여
떡국 먹고 웃음꽃 피우며
새해 행운 기원한다오
baitu
2008.09.11 청기와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