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서부 부자마을 東岺村

[아시아경제 박선미 특파원]
"둥링촌의 발전 모습은 중국 개혁개방의 성과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빈민 마을이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에서 손꼽히는 잘 사는 마을로 변신했으니깐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서쪽으로 1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바오지시 둥링촌에서 만난 리헤이지 둥링그룹 회장은 둥링촌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1979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둥링촌은 마을을 끼고 도는 웨이허강의 잦은 범람으로 늘상 진흙으로 덮여있던 가난하고 작은 마을이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곳 주민들은 늘 배가 고팠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둥링촌의 현주소는 210가구, 812명이 거주하는 부자 마을로 1인당 마을 주민의 연 평균 수입이 10만위안(약 1600만원)을 넘고 인 평균 거주 주택 면적이 100㎡ 이상이다. 가구별 평균 자산 규모가 300만위안(5억원) 이상으로 산시성을 포함한 중국 서부지역에서 가장 돈이 많은 마을이자,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톱3' 안에 드는 잘 사는 마을이기도 하다.
기자가 방문한 둥링촌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한 중국의 대도시들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둥링촌에서 가장 번화한 마을 중심지에는 둥링그룹에서 운영하는 5성급 호텔, 대형 쇼핑몰 및 백화점, 아파트단지, 오피스 빌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건설중인 아파트 단지 앞에는 '둥링부동산개발'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해 써 있어 둥링촌과 둥링그룹 내 개발사에서 담당하는 사업임을 알 수 있게 했다.
둥링촌의 발전 한가운데에는 올해 기준 중국의 500대 민영기업 순위에서 47위, 500대 전체기업 순위에서 172위를 차지하고 있는 둥링그룹이 있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이 그룹의 주주이자 직원으로 속해 있어 주민들의 삶을 기업이 모두 껴안고 있는 구조다.
현재 리 회장이 이끄는 둥링그룹은 금속제련, 자원·에너지 산업, 부동산, 금융투자 등 다양한 영역에 걸친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총자산 400억위안, 중국 전역에 직원 2만명을 둘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현재 마을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은 크게 주식배당, 월급, 보너스 등 3가지다. 회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은 매년 20%의 주식배당금을 거둔다. 마을 주민의 95%가 기업 직원으로 속해 있는데, 최소 4만위안에서 많게는 수십만위안까지 기업에서 벌어간다.
마을은 매년 주민들에게 현금 보너스도 지급한다. 지난해의 경우 남녀노소 상관없이 1인당 3만위안씩을 가져갔다. 노인들을 위한 무료 해외여행, 학생들의 무상 교육, 대학 입학생들을 위한 5000위안의 장학금 등도 마을차원에서 이뤄지는 복지제도다.
둥링촌이 본격적으로 잘 살기 시작한 토대를 마련한 것은 90년대 중반부터다.
리 회장은 마을과 기업을 하나로 합쳐져 공동 부유의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하며 1995년 초부터 기업과 마을을 일체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당시 리 회장은 이 작업으로 마을 주민들의 마음을 얻어 마을 주임으로 선임됐으며 기업활동을 하면서 벌어들인 6000여만위안을 마을에 기부하는 것으로 기업, 마을 일체화작업을 구체화했다.

리 회장은 1999년부터 둥링그룹의 지분제도를 정비해 마을 전체를 기업의 대주주로 하는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자 기업 발전의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형태가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기업의 이익과 주민들의 소득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발전 과정에서 도태된 기업들은 마을 주도의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켰고, 창출된 부는 축적이 아닌 계속된 투자로 선순환 구조가 되게끔 했다.
리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역사처럼 둥링그룹과 둥링촌도 계속되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금의 잘 사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라며 "둥링그룹과 둥링촌은 공동 번영을 위해 책임을 다한다는 이념 아래 지금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현재 둥링그룹과 둥링촌이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인재유입 정도"라며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둥링그룹 산하의 인재들을 마을 안으로 적극 영입해 마을과 그룹의 발전을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